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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서 한 스푼

10년 법칙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최고령 학생분이다.
처음에는 그저 맛있는 짬뽕을 만들어주시는 금손 사장님 정도로 생각했다.
여성의 날이라는게 있는지도 평생 몰랐던 20대의 나에게
아내분에게 꽃을 매년 선물하셨다는 50대의 보기드문 경상도 사나이 :)
해마다 엄청난 금액을 후원하시고, 지역사회에 유명하지 않은 가수분들을 초대해서
식당내에서 공연도하시는 정말로 멋진분이다.


장사를 하시느라 정말 누구보다 공부할 시간이 없는분인걸 잘 알고있다.
50줄넘어서 영어를 시작하셨는데 거의 수업을 빠지시는 일이 없다.
새벽 6시부터 밤늦게끝나는 스케줄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울뿐이다.
그리고 거의 파닉스도 잘 안되는 수준이셔서 어느 천년에 프리토킹을 하실까라는 생각
솔직히 하시는 사업이 잘되면 잘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이 공부가 얼마나 가시려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것이 한달 세달, 6개월 이어지면서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리셨다.
빨리 늘지 않는 영어에 답답해하시기를 수차례, 근 일년을 분투한 끝에
저번주에 원서책 한 권을 끝내셨다.
아이들 책이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된 책을 처음으로 읽어봤다며 수줍게 웃으셨다.
그러고는 영어공부에 10년을 투자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시는게 아닌가.
그 한마디에 그날은 밤늦도록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평생에 무언가를 10년이라는 계획을 짜고 해본게 있었는가
뭐든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면
아니면 일때문에 바빠져서 짜증스러워서 금방 포기해버리는 나인데
그럴때마다 이젠
이 분의 십 년 법칙을 떠올려보기로 했다.
가는데는 순서가 없다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했을 때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너무도 많은 사람이 말해서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절대 늦은 시간이란 없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냥 꾸준히 내가 갈길로만 가자.
언젠가는 가겠지
10년뒤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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